“노동력만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온다” [.txt]
본문문화책과 생각“노동력만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온다” [.txt]조일준기자수정 2026-06-21 07: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주노동자 현실 기록해 온 김달성 목사 8편 연작소설 ‘안개 낀 상생시’ 탈고 “보고서에 담지 못하는 ‘삶의 숲’ 소설로”김달성 목사가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선단교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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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문화책과 생각“노동력만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온다” [.txt]조일준기자수정 2026-06-21 07: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주노동자 현실 기록해 온 김달성 목사 8편 연작소설 ‘안개 낀 상생시’ 탈고 “보고서에 담지 못하는 ‘삶의 숲’ 소설로”김달성 목사가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선단교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광고 여기, 이 사람광고 8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을 기록해온 목회자가 최근 원고지 440매 분량의 소설 원고를 탈고했다.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71) 목사다. 2026년 5월말 현재 경기도 포천 인구 약 14만명 중 등록 외국인이 1만6800여 명.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이다.
김 목사는 2018년 포천 이주노동자센터를 설립하고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겨우내 집필에 몰두 했다 . 짤막한 엽편소설 8편이 석달 만에 쏟아져 나왔다 .
모두 실제 사건들이 모티프가 됐 다 . 단편 들을 묶은 연작소설에 ‘안개 낀 상생시 ’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난 6일 오후, 포천 선단동 선단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광고광고 “2018년 봄부터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시민들이 너무 몰라요. 모르니까 오해하고, 편견을 갖고, 혐오하게 됩니다.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대부분 개별 사건을 기록하고 알리는 글이었다. 폭언,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착취는 일상사였다.
추락과 끼임 사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얻은 질병 등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그때마다 보고서처럼 기록했다. 그렇게 쌓인 글이 이미 세권의 책으로 나왔다. ‘파랑 검정 빨강-코리아 내부 식민지, 이주노동자 이야기’(2020, 밥북), ‘얼어붙은 속헹-이주여성 노동자 이야기’(2023, 밥북), ‘이주노동자가 오는 것은’(2026, 교보문고 POD, 주문형 출판).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갈증을 느꼈다. “보고서와 기록은 사건을 담지만, 사람의 입체적인 삶과 그 삶을 둘러싼 ‘숲’은 잘 담기지 않았어요. 이주노동자가 오는 것은 노동력만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오는 건데, 숲을 담으려면 소설이라는 그릇이 필요했습니다.”
김달성 목사가 지난 6일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와 산업재해를 기록한 자신의 책들을 보여주고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김 목사는 충남대 의대를 중퇴하고 감리교신학대와 한신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0년대에는 서울과 인천에서 도시빈민 선교와 노동 선교 활동을 했다.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1996년 아내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 “하루하루 몸이 굳어가는 아내를 간병하면서 생긴 마음의 응어리를 글로 풀기 시작”했다.
자전적 에세이 ‘옆구리 뚫린 아담의 기쁨’(1999, 좋은땅)이 그렇게 나왔다. 2004년 아내와 사별한 뒤에는 여러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소설·시 쓰기를 2년가량 집중적으로 배웠다. 그럼에도 소설은 오랫동안 미뤄둔 영역이었다.
“몇번 시도했는데 어려워서 덮어놨습니다. 르포문학을 뛰어넘는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지난해 가을, 더 늦기 전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단편 하나만 쓸 생각이었다. 2020년 12월 채소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맹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숨진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재구성한 ‘얼지 않는 소카’였다. 사건의 시종을 직접 겪고 개입했던 터라 서사를 만들어 가는 일은 쉬웠다.
“어려운 건 ‘문학적 형상화’였지요. 사실을 어떻게 상징과 은유로 바꾸어 낼 것인가. 초고를 반복해서 읽다 보니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광고 팩트(사실)라는 뼈대에 개연성 짙은 상상력으로 살을 입히고 문학적 감수성으로 숨결을 보탰다. 평소 많은 이주노동자를 만나면서 알게 된 그들의 노동·생활 형편과 출신국의 사회·종교적 배경 지식이 도움됐다. ‘얼지 않는 소카’의 내러티브와 묘사는 캄보디아가 불교 국가라는 데서 착안한 픽션이다.
“그날 밤 컨테이너 벽의 숨이 고르지 못했다. 내 숨은 하얀 연등이 되어 천장에 매달렸다. 연등은 이내 작은 물방울로 떨어졌다.
바닥에 작은 법수들이 고였다. 나는 그 물을 손가락에 묻혀 이마에 썼다. (…)
그러자 그가 오셨다. 관세음보살은 흰 옷자락으로 바람의 칼날을 싸매고 내 어깨를 덮어주셨다.” (‘얼지 않는 소카’ 중에서) 첫 작품을 완성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잊지 못할 만큼 깊이 개입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가죽 공장 보일러 폭발로 동료를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본인도 숨진 미얀마 청년,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중년 노동자가 축사에서 숨지자 농장주가 ‘도망갔다’고 거짓 신고를 하고 트랙터로 시신을 유기한 사건, 건축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노동자의 비명…. 김 목사는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원고와 씨름”했다.
그렇게 석달이 훌쩍 흘렀다. 어느 순간 글들이 단편 모음이 아니라 연작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조력자 ‘김아모스 목사’, 모든 참여자가 평등하게 친교를 나누는 ‘밥상 코이노니아(Koinonia) ’, 무엇보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규정하고 옥죄는 ‘고용허가제’라는 동일한 구조가 작품들을 관통해 연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극이 쳇바퀴처럼 반복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이 차츰 노동자 권리를 자각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연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초고들을 반복해 읽으며 가다듬고, 수록 순서를 그에 맞게 배치했다.
김달성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목사, 앞줄 맨 오른쪽)와 ‘밥상 코이노니아’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 연대의 뜻을 밝힌 한국 젊은이들이 2023년 5월 경기 포천시 가산면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
kr 연작 제목을 ‘안개 낀 상생시’로 정한 것은 의도적인 반어법이다. “겉으로는 상생을 말하며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이지만, 이면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담고 싶었어요. 조세희 작가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인 철거촌이 ‘낙원구 행복동’인 것도 참고가 됐습니다.”
‘안개’ 역시 다의적인 상징이다. 이주노동자는 “존재하지만 비존재로 취급되는 사람들”이다. 고용주에게 잘못 보이면 언제든 계약 연장과 체류가 불안해진다.
미래가 안갯속이다. 그러나 동시에 안개는 차별의 윤곽을 지운다. 연작의 맨 마지막에 실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의도적으로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이주민과 선주민 등록자와 미등록자가 한데 뒤섞여, 아무 말 없이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 얼굴도, 말도, 신분도, 나라 이름도 안갯속에 묻혔습니다.
남은 것은 대지를 울리는 발걸음뿐이었습니다.” ( ‘돼지농장 뒷산 기슭에’ 중에서 ) 작품의 모티프가 된 사건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이다. ‘코리언 드림’을 찾아온 이들이 심각하게 다치거나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창작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두번 다시 직면하기 싫은” 비극들을 기억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활동 초기에 고국에 자녀 셋을 두고 온 여성 노동자가 프레스에 손가락 세개를 잃은 걸 보고 하루 종일 밥을 못 먹었습니다. 끼임사고 사망자의 주검을 냉동 안치실에서 직접 본 적도 있지요.
그런 게 엄청난 트라우마입니다.” 김 목사는 소설을 쓰는 동안 여러번 울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른 적이 많았어요.
어쩌면 글쓰기가 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김 목사는 소설의 몇편을 대중매체에 공개했다. ‘얼지 않는 소카’가 계간 ‘황해문화’ 2026년 봄호(통권 130호)의 소설 공모에 당선돼 실렸다.
그는 “공신력과 영향력이 큰 계간지가 제 작품을 선정한 것은 작가 지망생이 등단한 것만큼 큰 의미가 있다”며 조심스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첫째 주에는 주간지 ‘일요시사’(제1578호)와 ‘주간경향’(제1672호)에 각각 투고한 ‘내 아들은 개가 아닙니다’와 ‘손가락의 값’이 독자와 만났다. 김 목사는 올여름까지는 연작소설 전체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다.
“출판사는 아직 안 정해졌는데,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큰 출판사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능력과 에너지가 주어지고 상상력이 다시 허락된다면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
co.kr조일준 기자다른 기사 어떠세요구독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한겨레 저널리즘을 응원으로 지켜주세요한겨레 후원하기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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