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txt]
본문사설.칼럼칼럼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txt]수정 2026-06-20 08: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txt]](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6/0618/20260618504006.webp)
본문사설.칼럼칼럼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txt]수정 2026-06-20 08: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
0:00공간 소비 넘어 공간과 관계 맺는 힘 좋은 공간은 감각 깨우고 언어 불러 매일 걷는 거리, 왜 좋은지 말해보길“의자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으니, 내가 이 공간의 디자이너가 된 기분이죠.”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 이용자들은 자신의 언어로 공간을 읽었다. 사진 유청오 광고 배정한의 공간이 전하는 말광고 어떤 공원에서는 걸음이 느려지고 예정에 없던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간의 매력에 끌린 게 분명하지만 뭐가, 왜 좋았는지 물으면 입이 얼어붙는다. 몸은 뭔가를 강하게 감각했는데 말은 그 경험을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공간을 제대로 보고 읽지 못하는 게 아닐까.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언어 안에서 세계와 관계 맺고 언어를 통해 존재를 이해한다. 공간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는 건 공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살아가는 장소를 읽어낼 언어가 빈약하면 일상의 세계가 늘 흐릿하게 남는다.
문해력은 본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지만, 정보와 미디어 환경이 확장된 요즘은 문자의 해독을 넘어 세계를 파악하고 해석하며 비판하는 역량을 가리킨다. 공간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데에도 문해력이 필요하다. ‘공간 문해력’이란 단지 공간의 물리적 형태를 아는 능력이 아니다.
내가 마주하는 공간과 장소, 경관과 환경이 어떤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지 읽고,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며, 그 의미를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힘이다. 공간을 소비하는 취향을 넘어 공간과 관계 맺는 역량이다.광고광고 나는 공간 문해력의 효능을 생각할 때마다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 답사 노트를 꺼낸다.
목동 주민들의 기억이 쌓인 오목공원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날이었다. 공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정방형 회랑. 동네 라운지 역할을 하는 회랑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곳곳에 자유롭게 놓인 의자들이 산책자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회랑 위에 펼쳐진 공중 산책로에 오르자 풍경의 깊이가 달라졌다. 나무들의 수관 위로 목동의 도시 풍경이 솟아 있고, 익숙한 아파트 단지와 가로수들이 새로운 각도에서 읽혔다. 공원과 세월을 함께한 성숙한 나무들 사이로 어린나무들이 스며들어 과거의 시간과 현재가 한 화면에 포개져 있었다.
좋은 공간은 감각을 깨우고, 깨어난 감각은 언어를 부른다.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 전경. 사진 유청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공간 자체보다 공간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그늘이 넓어 나도 모르게 오래 앉게 돼요.” “의자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으니 내가 이 공간의 디자이너가 된 기분이죠.” “공원 2층을 걸으면 늘 보던 풍경이 낯선 매력으로 다가와요.”
“공간이 전보다 훨씬 두꺼워진 느낌이죠.” 전문가의 언어는 아니지만, 그들의 말은 공간의 구조와 동선, 시선의 변화와 교차 경험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좋은 공간은 감각을 깨우고, 깨어난 감각은 언어를 부른다.
그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독해했다. 공간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물음에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 공간이라는 텍스트의 첫 문장이 읽히기 시작한다.
조경가이자 도시생태학자인 앤 휘스턴 스펀에 따르면, 경관이란 보이는 경치가 아니라 읽어야 할 언어다. 경관은 수문과 토양, 식생과 지형 같은 자연 과정과 인간의 역사, 문화, 정치가 오랜 시간 얽혀 형성된 혼종의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표면 밑과 장소의 피막 뒤에는 자연의 흐름과 사회의 기억, 권력의 흔적이 겹겹이 새겨져 있다.
경관은 배경이 아니라 해석을 초대하는 서사다.하천 복개에 따른 공간 조건을 읽지 못한 도시계획으로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가 반복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밀 크릭 지역.
필라델피아 시청 자료 스펀이 1987년부터 이어온 미국 필라델피아의 밀크리크 유역 연구는 공간 문해력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말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며 스쿨킬강의 지류인 밀크리크가 복개되었고, 그 위에 주택과 도로가 가득 들어섰다. 2차원 지도에서는 하천과 범람원이 사라졌지만, 땅 밑에 갇힌 강물은 자신의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
20세기 내내 지반이 내려앉아 건물이 무너지고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반복됐다. 공간적 문맹에서 비롯된 취약한 환경은 가난한 유색 인종에게 대출을 차단하는 금융 정책과 결합해 이 지역을 흑인 슬럼가로 만들었다. 공간의 조건을 읽어내지 못한 도시계획이 환경적 불평등과 사회적 부정의를 낳은 것이다.
광고 스펀은 지역의 중학생들과 함께 옛 지도와 수문 자료를 펼쳐놓고 동네 경관을 다시 읽어 나갔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열세살 소년이 1880년 사진을 보며 외쳤다. “여기 정말 하천이 있었다고요?”
살아가는 장소를 읽는 태도와 방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대물림되는 지독한 빈곤과 수치심이 개인의 무능력이나 불운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지운 도시계획과 차별적 공간 정책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삶의 공간이 더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공간을 새롭게 읽게 되자 공간을 바꾸는 상상과 행동이 이어졌다. 그들이 참여한 공간 디자인은 이미 존재하는 장소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일종의 대화였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밀 크릭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공간 문해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로 동네가 변하기 시작했다.
앤 휘스턴 스펀 자료 오목공원과 밀크리크의 이야기가 말해주듯, 공간 문해력은 삶의 해상도를 높인다. 공간을 읽고 이해하는 눈이 열리면, 매일 걷는 거리와 공원, 광장의 풍경이 전혀 다른 밀도로 다가온다. 무심히 지나치던 익숙한 장면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넨다.
흐릿한 배경에 불과하던 지루한 도시가 선명한 텍스트가 된다. 저해상도의 빛바랜 사진이 고화질 영상으로 전환되듯, 일상을 둘러싼 세계의 결이 한층 또렷하게 드러난다. 공간 문해력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오늘 나를 사로잡은 골목의 풍경 앞에서 ‘헐’이나 ‘대박’ 같은 국민 감탄사를 내뱉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왜 좋은지 더듬어 말해보는 일이 문해의 첫걸음일 테다. 그 거리를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 다시 걸어보면 나만의 공간 어휘가 쌓인다. 광화문광장처럼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점점 누더기가 되어가는 공공 공간에서 기이함을 느꼈다면, 순간의 감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엇이 왜 이상한지 묻고 답해보자.
그렇게 질문하고 관찰하고 말하는 사이, 공간을 감각하는 근육은 단단해진다.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은 지금 내가 딛고 선 자리를 조금 더 자세히 읽는 데서 시작된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한겨레 저널리즘을 응원으로 지켜주세요한겨레 후원하기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좋아요0슬퍼요0화나요0감동했어요0응원해요0.txt기사2,312구독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
txt]술떡과 ‘업의 본질’우연의 숫자로 삶의 기쁨을 캐다 [.txt]배정한의 공간이 전하는 말기사19구독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공간 문해력’ [.txt]‘그림 같은 자연’ 뒤에 감춰진 것 [.
txt]쓰레기는 소멸하지 않는다, 시야 밖으로 유배될 뿐 [.txt]뉴스룸 PICK노태악, 선관위원장 수당만 1억7천만원…출근 관계 없이 받아[속보] 이스라엘-헤즈볼라, 레바논서 휴전 합의곧 퇴임 종로구청장, ‘종묘 앞 재개발’ 인가 강행…
유산청 “정부 대응 준비”오늘의 스페셜우린 모두 각자의 우물 안에 산다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내 고향은 살아서는 갈 수 없소이별돌보미 양수진의 애도와 애정 사이‘경기도 특산물’도 있냐는 질문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단독] 연구비 부정 공익신고하자 살해 협박까지…삼양사에서 벌어진 일가장 보통의 사건일본은 왜 한국과 ‘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매달리나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NativeLab# 이재명 정부구독정동영 “북핵 동결 입구로 들어가야…‘북한은 적’ 표현 NSC서 논의를”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여권 갈등 격화에 “원수 싸우듯 하지 마라”김민석 총리, 당선자 만나고 호남 방문 이어가…
“전당대회 염두” 뒷말# 선관위 개혁구독전국 1398곳 투표소, 본투표 용지 50%도 없이 문 열었다‘개표소 봉쇄 시위’ 경기장 직원 1명, 보름째 고립…“매점 식료품으로 버텨”경찰, ‘개표소 지하 침입’ 3명 특정…봉쇄 시위 불법 행위 31건 수사# 정청래호 민주당구독연일 ‘당심’ 파고드는 정청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당연”정청래 ‘90도 인사’에 “이 대통령 싫어해…
의도 담긴 정치 기술”정청래, 이 대통령 마중 ‘90도 인사’…청, 공항 나와달라 요청해# 장동혁호 국민의힘구독정점식 국힘 원내대표,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노총 방문장동혁 ‘입원’에…“사퇴 압박 접자” vs “임기 사실상 종료”“국조만 하고 물러나라” 장동혁 향해 ‘수정 사퇴론’…
당권파는 반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구독이란 “미국과 19일 최종 협상 연기…며칠 내 재개 추진”이스라엘-헤즈볼라, 레바논서 휴전 합의이란, 호르무즈해협 ‘보험료’ 도입 추진…사실상 통행료 논란# 페미사이드구독성평등부, 인공지능 기술에 ‘성평등’ 반영되도록 해법 찾는다보험소송 걸어 ‘성범죄 신고자’ 주소 알아내 살해…
30대 남성 무기징역경찰 ‘성폭력 불송치’ 목숨 끊은 20살…“만취 상태서 단 1시간 조사”# 중대재해구독8m 깊이 맨홀서 2명 사망…동료 구하려다 함께 질식한 듯8m 깊이 맨홀서 작업하던 60대 2명 의식 잃어 병원 후송사지마비 산재에 ‘남 탓’ 현대엔지니어링…
법원 “9억 배상하라”# 기후 위기구독기후변화언론인상에 김규남 한겨레21 기자‘기후동행카드 플러스’ 7월 출시 사실상 무산…서울시 “우선 모두의카드로 전환”서울시 “기후동행·모두의카드 통합”…국토부 “사실 아냐” 반발# 덕분에 더 따뜻한 세상구독“기부는 못 해도 장기기증은 하고 가자”…
아내와 약속 지킨 남편어머니는 주검을, 60대 아들은 장기기증…‘나눔이 받는 것보다 복되더라’쓰러진 외국인 계절노동자 일
Đọc thêm từ Thế giới

한강 뷰 품은 포토존…한남동 MZ 감성 공간 ‘에이치 산타마르게티아’
본문경제부동산한강 뷰 품은 포토존…한남동 MZ 감성 공간 ‘에이치 산타마르게티아’최종훈기자수정 2026-06-19 22:41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에이치 산타마르게티아 제공 광고서울 한남동의 고급 주거단지인 ‘한남더힐’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로 124-27 일대 언덕 위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포토존·콘텐츠 공간 ‘에이치 산타마르게티아(H.

국민연금 수급액, 여성은 남성의 절반 수준…“구조적 불평등 탓”
본문사회인권·복지국민연금 수급액, 여성은 남성의 절반 수준…“구조적 불평등 탓”최원형기자수정 2026-06-20 10:18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 광고60살 이후 여성이 받는 국민연금 수급액이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 봉쇄’에 ‘남의 칼’ 빌려 나섰어도…펜싱 오상욱, 아시아선수권 금
본문스포츠스포츠일반‘잠실 봉쇄’에 ‘남의 칼’ 빌려 나섰어도…펜싱 오상욱, 아시아선수권 금남지은기자수정 2026-06-20 10:25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4년 이후 2년 만한국 펜싱 대표팀 오상욱(뒷줄 가운데)이 19일(현지시각) 인도 델리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DSWD guarantee letters now honored at drugstore branches nationwide
MANILA, Philippines — The Department of Social Welfare and Development (DSWD) announced that guaranteed letters are now being accepted at selected Generika Drugstore branches nationwide. A guarantee letter is issued to qualified beneficiaries to ensure payment to accredited pro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