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 혹은 해악의 시대 헤쳐온 저항의 아카이브 [.txt]
본문문화책과 생각심술 혹은 해악의 시대 헤쳐온 저항의 아카이브 [.txt]수정 2026-07-18 10:12펼침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손희정의 H열 15번1970년대 브라질 독재 정권 시절 배경역사 왜곡하는 ‘집단 기억’에 의문 제기굴하지 않는 기록 열망이 진실 드러내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군사정권에 의해 ‘난민’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구술을 채록해 저항의 아카이브를 남기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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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문화책과 생각심술 혹은 해악의 시대 헤쳐온 저항의 아카이브 [.txt]수정 2026-07-18 10:12펼침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손희정의 H열 15번1970년대 브라질 독재 정권 시절 배경역사 왜곡하는 ‘집단 기억’에 의문 제기굴하지 않는 기록 열망이 진실 드러내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군사정권에 의해 ‘난민’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구술을 채록해 저항의 아카이브를 남기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급사 제공광고“1977년 브라질, 대단한 심술의 시대(uma época cheia de pirraça)”.‘시크릿 에이전트’를 여는 문장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해악이 만연하던 시대”로 번역했다.
영화가 1970년대 군사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종종 장난스러워지기도 하는 걸 생각하면 ‘해악의 시대’라는 건 오히려 한국인의 역사인식에 기대고 있는 표현인 것도 같다.노란 비틀 한 대가 도시 외곽의 작은 주유소로 들어선다. 모래바람이 이는 주유소 마당에는 사람 시체가 한 구 놓여 있다.
엉성하게 비닐로 덮어 놓은 인간의 몸뚱이 위로 파리가 들끓고, 들개들은 뭐라도 한입 베어 물고 싶은지 그 주위를 서성인다. 운전자인 마르셀루(바그네르 모라)가 악취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보인다. 영화라는 매체가 냄새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럼에도 마르셀루의 메스꺼움이 그대로 느껴진다.광고주유소 직원은 “경찰에 연락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한다. 지금 브라질은 한참 카니발 중이고, 이미 90명 이상이 카니발에서 사망한 상황이라 이런 ‘하찮은’ 살인사건까지 돌볼 여유는 없다.
그리고 어디선가 갑자기 경찰이 등장한다. 그들은 시체는 안중에도 없고 마르셀루의 차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쥐꼬리만 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트집을 잡아 상납금을 뜯으려는 수작이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심술’의 의미를 그야말로 심술궂게 묘사한다.마르셀루는 도망 중이다. 한 대학의 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군사정권과 연결되어 있는 기업인에게 밉보이면서 쫓기게 됐다.
여기저기로 떠돌던 마르셀루는 이제 고향 헤시피로 돌아와 장인이 돌보고 있는 아들 페르난두를 찾아 해외로 도피하려는 참이다. 다행히 그에게도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조력자들이 있다. 그가 헤시피에 머물면서 ‘신원확인사무소’에서 일하는 동안, 조력자들은 마르셀루 부자를 위한 여권을 준비한다.
영화는 마르셀루의 헤시피 체류 기간을 따라간다.광고광고그러나 궁금하다. 어째서 마르셀루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도 신원확인사무소에서 일하기를 자처했을까.
그는 “말소된 어머니의 흔적을 기록한 서류를 한장 가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어머니가 존재했다는 기록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원확인사무소의 소위 ‘공식적’인 아카이브는 왜곡되었거나 적어도 편향적으로 불완전하다.
근무 첫날, 마르셀루가 상사를 따라 신분증명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캐비닛 창고에 들렀을 때, 상사는 은근히 뻐기면서 말한다. “누구든 이름 하나 대봐, 쉽게 찾을 수 있지.” 하지만 마르셀루가 어머니의 이름을 대자 그는 답한다.
“남자가 더 찾기 쉬워. 아버지의 이름이 더 좋지.” 누군가의 이름이 다른 누군가의 이름보다 더 잘 기록되고 보존되는 ‘공식 아카이브’.
영화는 국민들의 집단적 기억을 이루고 그리하여 결국은 역사(history)가 되는 아카이브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집단적’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그의 어머니가 가난한 선주민 여성이었다는 건 영화 말미에 드러난다.)
광고쿠데타 모의 혐의로 투옥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치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느낌을 준다. 배급사 제공중요한 건 언제나 ‘대항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바우테르 살리스(월터 살레스)의 ‘아임 스틸 히어’(2025)와 함께 놓일 때, 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아임 스틸 히어’는 1970년대 브라질 군사정권에서 의문사를 당한 전직 국회의원 후벵스(루벤스) 파이바의 아내 에우니시가 국가의 침묵에 맞서 진실을 밝혔던 실화를 따라간다. ‘사고사’라는 왜곡된 공식 기록은 그에 저항하는 진술, 기억, 파편화된 증거 등을 모은 또 다른 아카이빙 작업을 바탕으로 ‘고문사’라는 진실로 다시 쓰였다.‘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마르셀루의 조력자인 에우자(마리아 페르난다 칸지두)가 저항의 아카이브를 남긴다.
그는 군사정권에 의해 ‘난민’이 된 이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2020년대에 이르러 우리는 이 기록을 듣는 사람들의 귀를 경유해 마르셀루의 이야기에 가닿게 된다. 영화는 유려한 편집을 통해 이 ‘듣는 자들의 자리’를 마련하는데, 이 부분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셀루가 위기의 순간에도 기록과 기억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태도,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진실이야말로 이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다. 영화의 제목이 ‘비밀요원’이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저 평범한 시민이었던 마르셀루가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전달한 ‘정보’란 국가가 감시해서 수집한 ‘정보’가 아니라 국가가 지우려는 기억이다.
이 ‘대항 기억’의 역사적 의미는 극우의 시대에 다시 또 다루기 까다로운 정보가 되어 버렸다.손희정 영화평론가브라질은 1960~1970년대 군사 독재를 경험했고, 1980년대 말 제도적 민주화를 성취했다. 이후로 지난한 진실 규명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18년, 복음주의 개신교의 정치 세력화와 함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집권한다. 극우 정권은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고,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이 대중화된다. 보우소나루는 현재 감옥에 있다.
죄명은 쿠데타 모의다. 어째서 한국 관객들에게 ‘심술’이 ‘해악’으로 가닿는지 이해가 간다.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이 ‘해악의 시대’를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희정 영화평론가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한겨레 저널리즘을 응원으로 지켜주세요한겨레 후원하기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좋아요0슬퍼요0화나요0감동했어요0응원해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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