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작게 나옵니다”…상복을 건네는 ‘애도의 손’ [.txt]
본문사회노동“원래 작게 나옵니다”…상복을 건네는 ‘애도의 손’ [.txt]수정 2026-06-14 13: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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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일하는 사람의 초상 l 상복 대여 업체 직원 김영일씨 가장 슬픈 날에도 ‘작은 사이즈’ 고집하는 사람들 웃기고도 슬픈, 그래서 더 인간적인 장례식장 풍경 인공지능, 고인의 모습 완벽하게 재현한다지만 검은 옷 입고 슬퍼하는 애도는 결국 ‘사람의 일’광고 광고광고상복 대여업체의 10년차 직원 김영일씨는 ‘콜’이 들어오면 옷이 담긴 트럭을 끌고 밤낮없이 장례식장으로 간다. 고령화와 비혼주의 확산으로 장례식 절차는 갈수록 단출해지고 있다. 김씨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그래도 누군가는 고인의 마지막을 모셔야 하니까요.
그 손은 끝까지 남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김영일씨 제공 광고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고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 오드리 헵번 등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스타들이 나왔는데 그들은 자신의 전성기 모습 그대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문제는 장소였는데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자신의 비석 옆이었다.
비석을 한손으로 짚고 꽃 한송이를 들고 웃고 있었다. 이 영상은 고인에 대한 추모일까, 능멸일까.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어떤 장례식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인의 모습을 전광판에 띄워 조문객을 맞이한다고 하던데 죽음과 삶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애도인 것일까. 인공지능의 발전은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광고 그를 처음 만난 건 약 7년 전 내 초등학교 동창의 부친상에서였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 타이를 매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그는 나와 같은 조문객이었다. 하지만 그의 직업을 알게 된 후 그날을 다시 떠올려보니, 그 모습은 그의 출근복이자 작업복이고 모든 장례식장은 그의 일터였을 것이다.
그는 상복 대여업체의 10년차 직원 김영일씨다. 40대 중반인 그는 180㎝가 훌쩍 넘는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녔는데 목소리는 낮고 차분해서 신뢰감이 들었다. “상조 업계의 취업은 주로 소개로 이루어져요.
저도 지인의 소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업체도, 일하는 사람들도 특수 직종이라고 해야 할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고, 이런 직업이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신규 업체가 들어오기 힘든 구조죠. 취업 공고를 따로 내지도 않고요.” 아마도 일의 특성상 ‘사람 손’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원래 특수 산업은 평판이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지니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영일씨는 내게 담담하게 설명했다. 사망 선고가 내려지면 병원 혹은 집에서 앰뷸런스를 불러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신다.
만약 그곳에 빈소가 없으면 주변 장례식장을 찾는다. 식장에 도착하면 담당자가 나와서 유족에게 상조회사를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 후, 없을 경우 그 병원의 상조회사를 연결해주거나 자체적으로 처리해준다. “역할은 크게 장례식장이 하는 일과 상조회사가 하는 일로 나뉘죠.
식장은 플랫폼이다 보니 빈소, 음식, 음료나 일회용품 같은 소모품, 안치실, 제단, 청소 등의 서비스를 하고요. 상조회사에서는 화장 예약, 고인을 모실 곳 알선, 버스, 리무진, 입관, 예절, 제사 등 장례의 전체적인 진행을 맡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협력업체가 모여 있거든요.
저는 그중에서 유가족에게 상복 대여해주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사고사라면 날벼락 같은 충격일 테고 오랫동안 투병을 했다 하더라도 가족의 죽음은 갑작스럽다. 하지만 72시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빈소를 꾸리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여러 곳의 담당자들이 몰려오고 유가족은 순간적으로 결정, 판단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대여할 상복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김영일씨 제공 우선 빈소의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부터 내 여건과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오실 손님이 얼마나 될까. 내 재정은 어떻게 되나.
빈소로 이동하면 음식 상담에 들어간다. 가장 기본인 국과 밥, 반찬, 떡, 과일 등을 고른다. “종교에 따라서 주문하지 않는 음식도 있습니다.
평소 제사를 지내는지 확인 후 제사상을 선택하고 고인에게 올릴 상식(국, 밥)의 횟수를 정합니다. 그 후 빈소에 미리 세팅되어 있는 음료나 일회용품에 대해 설명을 듣죠. 발인 전 안 쓴 상품에 대해선 반품이 가능하다는 고지를 받습니다.”
죽음에도 돈이 든다. 영정 옆에 올릴 제단 꽃의 가격을 결정해야 하고, 제사상의 종류와 유무 그리고 그에 따른 상식의 횟수를 정해야 한다. 유골함과 수의의 재질, 관 사이즈 그리고 납골당의 층수까지.
“사실 그때가 상조업계의 매출이 결정되는 시점이기도 하죠.” 영일씨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장례지도사는 유족과 함께 화장 시간 예약과 입관 시간을 정하며 상품을 설명한다.
유족의 기분을 헤아리며 선택의 폭을 넓게 설명한다고 했다. “영정 사진이 없어서 애를 먹는 경우도 많죠. 잔치나 결혼식에서 찍었던 사진을 가져오거나 주민등록증, 면허증 사진으로도 해요.
물론 액자까지 만들어서 잘 준비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엔 인공지능으로 합성해서 만들기도 하지만요.” 이 말 끝에 그는 내게 부모님 생전에 예쁜 사진 많이 찍어드리라는 당부를 했다.
“상복은 표준 정사이즈로 나와요. 기능성 원단도, 허리 밴딩도 없죠. 그런데 체격이 있는 분들은 꼭 한치수 작은 사이즈로 말씀하시더라고요.”
허리가 36, 38은 되는데도 34, 32를 요청하고, 존재하지 않는 홀수 사이즈를 고집하기도 한다. 옷 탓을 하며 내가 청바지는 이 사이즈를 입는데, 내 옷이 전부 이 사이즈인데 이상하네, 라고 말한다. “그럴 땐 조심스럽게 말하죠.
‘상복이 원래 조금 작게 나옵니다.’ 그러면 유족들은 아, 그렇죠? 하며 고개를 끄덕이세요.
여성분들은 본인 정사이즈를 말하면서도 꼭 앞에다 ‘난 편하게 입어야 하니까'라고 덧붙이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옷이 조금이라도 크면 한 사이즈 아래로 바꿔달라고 하시고요. 작은 사이즈를 입는 자신에게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날씬하다고, 작은 사이즈를 입는다고 믿고 싶어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영일씨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 미소는 소설의 기법으로 치면 페이소스가 아닐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웃기면서도 슬프고, 그래서 더 인간적인. 모든 죽음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영일씨는 한동안 감상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콜이 들어오면 옷이 담긴 트럭을 끌고 밤낮없이 장례식장으로 가야 하는데 어느 날은 콜이 한건도 없었다. 그건 수당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는 ‘그래도 오늘은 아무도 안 돌아가셨네요, 다행이다’라고 말해서 선배들에게 빈축을 샀다고 이야기했다.
“공과 사 구분을 못 한 거죠. 지금은 안 그렇지만. 그래도 가끔 마음이 아주 안 좋을 때도 있어요.
고인이 아이일 때요. 부모들이 정말 넋이 나가 있거든요. 제단에 아이가 좋아했던 과자나 음료수, 뽀로로 장난감 같은 게 놓여 있으면 같은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정말 무너집니다.”
다른 시점에서 아이가 상주일 때도 마음이 아프다. 상주는 주로 남자가 하므로 여아 상복은 없어도 남아 상복은 7살부터 사이즈가 있다고 했다. 장례식장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는 빈부의 차이도 선명하게 보인다고 영일씨는 말했다.
화환의 수, 근조 깃발에 적힌 이름들, 오는 손님의 규모. 장례식장에서 마주하는 근조화환은 고인이 걸어온 삶의 이력을 보여주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문득 내 장례식장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정작 주인공인 나는 볼 수 없는 나의 잔치.
“요즘에는 4일, 5일장이 아닌 3일, 짧으면 2일 장례이다 보니 시간이 촉박하죠. 짧은 시간에 지인들에게 알려야 해서 악상이 아니고서는 슬퍼하기보다 핸드폰에 부고 문자 보내기 바빠요.” 영일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것도 시대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요즘 빈소를 아예 차리지 않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가족끼리 안치실에서 입관을 마치고 곧장 화장장으로 향하는, 이른바 무빈소 장례다.
수도권의 대형 장례식장의 무빈소 비율은 2024년 대비 20% 상승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비혼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1인 가구 수가 전체 인구 3분의 1을 넘어선 시대, 부를 사람도 올 사람도 줄었다. 화환도, 맞절도, 빌려 입을 상복도 없이 슬픔은 점점 단출해진다.
그러면 당신의 일감도 줄어드는 셈 아니냐고 묻자, 영일씨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고인의 마지막을 모셔야 하니까요. 그 손은 끝까지 남지 않을까요.”
장례라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우의 방식이기도 하지만, 남은 자들이 죽음을 물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지의 과정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고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미소와 눈빛, 주름까지도.
하지만 수의를 입혀주지는 못한다. 애도란 결국 몸의 일이다. 눈물이 나오고 검은 옷을 빌려 입고, 손님과 맞절하고, 밥을 먹고, 사흘을 보낸 후 옷을 다시 돌려주는 일.
그 과정에는 반드시 사람의 손이 있다. “장례지도사는 입관 시 정성을 다해 고인을 염습합니다. 사고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도 유족에게 고인의 편안한 얼굴을 보이기 위해 수습하죠.
꺾어진 관절을 마사지하고 부패가 진행되어 구더기가 나오고 악취가 심해도 직접 제거해요. 편히 주무시는 모습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닦고, 마사지하고, 옷을 입힌 후 화장을 하는데 이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맞지 않는 바지를 건네며 ‘원래 조금 작게 나옵니다’라고 말하는 방법을 모를 것이다.
인간만이 인간의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이런 것들의 총합이 아닐까. 영일씨는 오늘도 장례식장으로 출근한다. 검은 양복에 검은 타이를 매고,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얼굴로 누군가의 애도에 손을 보태기 위해.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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