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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수미의 K-씨어터…손상규의 바냐 삼촌, 소냐를 중심에 세우다

[※ 편집자 주 =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기준 2025년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K-콘텐츠와 K-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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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수미의 K-씨어터…손상규의 바냐 삼촌, 소냐를 중심에 세우다

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마이페이지 검색창 열기 메뉴 열기 [K-VIBE] 김수미의 K-씨어터…손상규의 바냐 삼촌, 소냐를 중심에 세우다 북마크 공유 댓글 글자크기 프린트 제보 마이페이지 검색창 열기 메뉴 열기 이세영기자 구독 구독중 이전 다음 [※ 편집자 주 =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기준 2025년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K-콘텐츠와 K-컬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향유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이미지 확대 '뱌나 삼촌'의 배우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김수현(왼쪽부터),이화정, 이서진, 고아성, 양종욱이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바냐 삼촌'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

4.7 ryousanta@yna.co.

kr 요즘 연극가에서 '바냐 삼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벚꽃 동산'이 여러 버전으로 무대에 오르더니 올해는 '바냐' 3회 연속으로 공연이 열려 그야말로 '체호프' 열풍이다(현재 대학로 안똔체홉 극장에서 전훈 연출, 김병춘·김진근 출연의 '바냐 삼촌'이 공연 중이다). 그중 지난 5월 한달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 '바냐 삼촌'은 여러모로 화제의 무대였다.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첫 연극 도전으로 공연 전부터 관심을 받았고, 손상규 연출이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오늘의 감각으로 어떻게 풀어낼 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 무대를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꺼내 드는 이유는, '바냐 삼촌'의 화제성이 가라앉은 뒤에야 보이는 체호프의 가치와 소냐의 무게가 이제쯤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인사말하는 손상규 연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손상규 연출이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바냐 삼촌'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7 ryousanta@yna.

co.kr 손상규 연출이 던진 질문, 곧 "누가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은 무대 위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구현됐다. 이 공연은 바냐의 삶을 과장된 파국이나 감상적 연민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옆집 사는 삼촌처럼 어디서나 흔히 만날 것 같은 대중적 인물로서의 '이서진의 바냐'는 꽤 적절한 캐스팅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예능에서 보이던 이서진의 모습을 무대에서도 그대로 살린 것이, 바냐의 실수와 후회, 무너짐을 특별한 비극으로 장식하지 않고 우리 삶과 가까운 곳의 익숙한 풍경처럼 보이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는 오래도록 바냐의 작품처럼 읽혀왔다.

그럴 만한 이유는 분명하다. 제목이 먼저 바냐를 주인공으로 지정하고, 작품 안에서 가장 큰 소리로 고통을 말하는 사람도 바냐다. 그는 젊음과 재능을 허비했다고 생각한다.

존경했던 교수 세레브랴코프가 실은 자신이 믿어온 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랑은 실패하고, 분노는 우스꽝스럽게 빗나가며, 그의 절망은 무대 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들린다. 바냐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소리이며, 가장 눈에 띄는 상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필자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인물은 바냐가 아니라 소냐였다. '바냐 삼촌'이라는 제목의 방점이 바냐가 아니라 '삼촌'으로 옮겨지는 데에는, 고아성의 소냐가 크게 작용했다. 고아성의 소냐는 이 공연의 화제성을 넘어,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인물이었다.

이미지 확대 '바냐 삼촌'의 이서진·고아성 [LG 아트센터 제공] 바냐가 자신의 실패를 말하는 동안, 소냐는 그 실패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바냐 뒤에서 조용히 감내한다. 바냐는 관객에게는 한 명의 실패한 중년 남자일 수 있지만, 소냐에게는 끝내 버릴 수 없는 삼촌이다. 바냐가 무너지는 사람이라면, 소냐는 그 무너진 이후에도 남는 사람이다.

바냐는 자신이 잃어버린 삶을 말하지만, 소냐는 그 잃어버린 삶을 묵묵히 일으킨다. 소냐는 사랑에서도 밀려나 있고, 가족의 보상에서도 소외돼 있으며, 집과 영지를 지탱해 온 노동의 시간 속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다시 일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바냐가 아니라 소냐다.

이 점에서 소냐는 조연이 아니다. 그는 체호프의 마지막 보루이자, 윤리의 담당자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세계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를 입지만, 상처가 곧 결말이지는 않는다.

총은 발사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사랑은 피어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구원하지 못한다. 문제를 일으키던 교수와 옐레나가 떠나가도 남은 사람의 삶은 나아지지도 달라지지도 않는다. 어제와 똑같이 작업 장부를 들고 일을 하고, 식사한 후에는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움직인다.

똑같은 일상에 남겨진 사람들의 중심에, 소냐가 있다. 지금까지 '바냐 아저씨'가 바냐의 실패를 중심으로 읽혀온 데에는 극적 관성도 작용한다. 바냐의 고통은 말해지고, 폭발하고, 사건을 만든다.

그는 자신이 빼앗긴 인생을 언어로 발화한다. 반면 소냐의 고통은 낮고 지속적이다. 극 속에서 소냐는 자신의 상처를 사건으로 만들지 않는다.

사랑받지 못한 일도, 서러운 일도, 지치거나 쓸쓸한 감정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소냐는 종종 바냐의 곁에 있는 선량하고 성실한 조카, 마지막 독백의 담담한 위로자, 혹은 체념하는 인물로 축소되어 왔다. 그러나 체호프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소냐야말로 가장 '체호프적인' 인물이다.

그의 희곡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뒤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이어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바냐가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말할 때, 소냐는 그 실패한 삶의 다음 시간을 이미 살고 있다. 바냐가 과거를 향해 절규한다면, 소냐는 계속될 시간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체호프의 이 작품은 바냐의 절망에서 소냐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아성의 소냐가 훌륭했던 것은 당연해서 보이지 않던 삶의 모습을 마치 처음 발견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데 있다. 그 효과는 고아성의 소냐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부산스럽게 움직이지 않으며, 감정을 담담하게 삭여낸 데서 온다.

사랑받지 못한 슬픔도, 가족 안에서 떠안은 돌봄의 피로도, 자기 삶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했다는 억울함에도 소냐의 감정은 담담하다. 그렇게 무위(無爲)하게 드러내는 표현들 때문에 소냐의 마지막 말은 아름다운 위로라기보다 냉정한 진실에 가깝게 들렸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다시 일해야 한다는 소냐의 말은 각오 섞인 뜨거운 희망이 아니라 잔잔하게 스며드는 메아리에 가까웠다. 삶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숨을 죽이고 발끝만 바라보며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실패하고, 패배하고, 낙담해도 우리는 잠을 자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며 숨을 쉬어야 한다.

마음에 짓눌려 멈춰 있는 대신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서글픈 체념만은 아니다. 그것은 삶이 끝내 우리에게 요구하는 조용한 진실이며, 그 진실을 감당하고 있는 저마다의 작은 용기다. 고아성의 소냐는 바로 그것이 가진 힘을 보여줬다.

지금껏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소냐의 당연하고도 진실한 무게가, 이 공연에서 고아성을 통해 비로소 선명해졌다. 이 때문에 손상규 연출의 '바냐 삼촌'이라는 제목은 변주 이상으로 읽힌다. '아저씨'가 관객이 바냐를 바라보는 외부의 이름이라면, '삼촌'은 소냐가 바냐를 부르는 내부의 이름이다.

이 호칭은 작품을 바냐 개인의 실패담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그 실패를 곁에서 함께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이야기로 되돌려놓는다. 바냐는 홀로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라, 소냐의 시선 안에서 '삼촌'이 되는 사람이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시 읽는 일은 결국 바냐의 절망만이 아니라 소냐의 시간을 함께 보는 일이다.

바냐의 실패는 크고 시끄럽지만, 소냐의 지속은 낮고 오래간다. 그리고 그 낮고 오래가는 힘이야말로 이 작품을 끝까지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이다. 소냐가 보일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작품에서 바냐가 왜 바냐가 아닌, '바냐 삼촌'이라는 인물이 됐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체호프의 메시지도 그때서야 비로소 분명하게 들리게 될 것이다. 삶은 무너지지 않아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누군가가 다시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다. 선연(禪蓮) 김수미.

연극 평론가 ▲ 전 월간 '한국연극'·'객석' 연극전문 기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7/30 09:55 송고 2026년07월30일 09시55분 송고 #소냐 #손상규 #고아성 #이서진 댓글 좋아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요청 북마크 공유 공유하기 카카오톡 페이스북 X 페이스북 메신저 네이버 밴드 URL 복사 닫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폰트 1단계 13px 폰트 2단계 16px 폰트 3단계 18px 폰트 4단계 20px 폰트 5단계 22px 닫기 프린트 제보 사찰서 모의총기 위협 후 50㎞ 도주한 50대…테이저건 맞고 체포 "헬멧 벗고 이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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