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가 지워버린 것 [한겨레 프리즘]
본문사설.칼럼칼럼‘메가’가 지워버린 것 [한겨레 프리즘]장수경기자수정 2026-07-26 17:02펼침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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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사설.칼럼칼럼‘메가’가 지워버린 것 [한겨레 프리즘]장수경기자수정 2026-07-26 17:02펼침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광고장수경 | 지구환경팀장마법 같은 단어가 있다. 정책에 이 단어들이 들어가는 순간, 그 밖의 모든 가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로 ‘산업’과 ‘경제’다.
지난달 말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한달을 되돌아보면,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사라지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메가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거창하다. ‘대한민국 대도약’, ‘대체불가 반도체 강국’, ‘글로벌 1강’.
그 뒤를 채운 숫자는 더 거대하다. 기업들이 내놓은 장기 투자계획은 5천조원에 이른다. 조성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15기가와트(GW), 서남권에 조성할 반도체 클러스터와 전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는 각각 6.
3기가와트, 18.4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용인을 빼고 새로 늘어나는 수요만 합쳐도 24.
7기가와트다. 1.4기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18기 정도에 해당한다.
단순히 기수로 비교하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6기의 70%에 가까운 규모의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소리다. ‘메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광고발표 이후 상황은 그야말로 ‘속도전’이었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도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지역인데 굳이 또다시 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화답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과 화순군을 찾은 데 이어, 지난 16일과 22일엔 각각 광주와 용인을 방문했다. 앞당긴 일정에 맞춰 전력과 용수를 ‘제때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원전을 더 짓고, 댐을 높이면서 말이다.
이유는 “기업들이 전력과 용수 걱정 없이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기와 물을 공급하겠다”는 말로 설명됐다.그러나 거대한 숫자 뒤에 가려진 숫자들이 있다. 서남권과 용인 반도체에서 하루에 필요한 용수는 모두 215만톤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물도, 국제에너지기구의 추산치를 사용하면 하루 36만8천톤에 이른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305.9리터를 기준으로 하면, 매일 823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이들 산업시설로 흘러가는 셈이다.
광고광고전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는 원전 확대를 해법으로 거론하지만, 한국의 원전 밀집도는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화석연료 중심으로 조달할 경우, 2040년까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최대 6억8천만톤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가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메가’급이지만, 대통령과 장관의 약속에서 환경은 두가지 모습으로 등장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줄여야 할 ‘걸림돌’로,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과 전기는 산업에 공급해야 할 자원으로만 다뤄진다. 기후 위기로 가뭄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용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지역 생태계와 주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환경 훼손은 불가피한 희생이 되고, 주민의 반대는 님비로 치부되기 쉽다.광고더 우려스러운 점은 ‘환경과 기후 대응’에 목소리를 내야 할 기후부마저 이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태도는 메가프로젝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기후부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온실가스를 조기에 많이 감축하는 방안은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대는 데는 ‘급가속’이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는 ‘급감속’이다. 이대로라면, 기후부는 산업통상부의 ‘2중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산업과 경제를 말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국가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메가프로젝트’에 걸맞은 ‘메가 환경’ 전략도 내놔야 한다. 물과 전력은 지금 끌어다 쓰고 그 대가는 미래 세대에 넘긴다면, 그것을 ‘미래 산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flying710@hani.co.kr장수경 기자다른 기사 어떠세요구독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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