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수도 끊겨 집에서 생활 못해"…대피소로 모여든 주민들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겨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대피소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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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택한 주민들로 주유소 장사진 이미지 확대 구마모토 우키시 마쓰바세 대피소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29일 우키시 마쓰바세에 마련된 대피소 모습. 2026.7.
29. dylee@yna.co.
kr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겨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대피소로 나왔습니다." 구마모토현 우키시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9일 우키시 마쓰바세에 마련된 지정 대피소에서 만난 지쿠시마(58)는 굳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아침 91세 어머니를 모시고 대피소로 피신했다는 그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대피소 바로 옆 우키시청 건물로 향하는 길이었다.
대피소 내 화장실 사용이 여의찮아 시청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지쿠시마는 "10년 전 지진(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보다 흔들림이 훨씬 길고 심하게 느껴졌다"며 "집 외관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내부 물건들이 모조리 쏟아져 내려 어질러진 데다 전기와 수도마저 끊겨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의 어머니 역시 "지진 여파와 공포 때문에 밤새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대피소에 모여든 다른 주민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전날 지진으로 인한 단수와 정전으로 이날 새로 대피소를 찾은 주민도 많았다.
혼자 거주한다는 여성 가이(71)는 "10년 전에도 큰 지진을 겪었는데 또 이런 일이 터졌다"며 "혼자 살다 보니 이런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면 공포감이 훨씬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미지 확대 우키시 마쓰바세 대피소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29일 우키시 마쓰바세에 마련된 대피소에 물품이 놓여있는 모습. 2026.
7.29. dylee@yna.
co.kr 이날 마쓰바세 대피소 입구는 이제 막 대피소에 도착한 주민들과 구호물자 상자를 부지런히 옮기는 관계자들로 분주했다. 문 앞에는 주민들이 쓸 수 있도록 모포와 휠체어 등이 놓여 있고 "우유, 생활용품, 마스크, 기저귀가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그 뒤에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복구가 이뤄졌음을 알리는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그러나 대피소 환경은 쾌적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미지 확대 대피소의 안내문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29일 우키시 마쓰바세에 마련된 대피소의 안내문.
2026.7.29.
dylee@yna.co.kr 당초 시민회관으로 쓰이던 이 시설은 당시 2층 출입이 통제된 채 1층 로비만 개방돼 있었다.
주민들은 바닥에 돗자리나 매트를 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던 주민은 약 500명에 달했으나,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1층 로비는 좁고 혼잡해 보였다. 게다가 대피소 입구에는 '화장실 사용 금지' 문구가 붙어 있어, 주민들은 시청 건물 등 외부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지 확대 우키시 마쓰바세 대피소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29일 우키시 마쓰바세에 마련된 대피소 입구. 2026.7.
29. dylee@yna.co.
kr 35도를 넘는 폭염에 주민들이 그대로 노출된 대피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오타고 커뮤니티 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같은 날 한때 에어컨이 고장 났었다고 전했다. 지정 대피소가 제대로 문을 열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기자는 이날 우키시 당국이 대피소 위치 변경 및 추가 개설을 알리기 위해 발송한 긴급 방재 문자를 수신하기도 했다. 재난 초기 단계인 탓에 대피 체계가 아직 정돈되지 않은 듯했다. 이런 상황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차박'(차에서 숙박)을 택한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박을 선택한 사람이 많은 탓인지 구마모토 곳곳에 있는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가 대피소에서 나오며 탑승한 택시도 주유소 3∼4곳을 들렀으나 차 행렬이 너무 긴 탓에 주유를 포기해야 했다. 문을 닫은 주유소도 눈에 띄었다.
전기와 수도 공급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불투명했다. 29일 밤 기준으로 여러 피해 지역에서 단수와 정전이 계속되고 있어 지자체와 전력 회사 등이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열차 운행도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JR규슈는 규슈신칸센 구마모토역∼가고시마추오역 구간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어 운행 재개 시점을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dylee@y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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