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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식이 망가뜨린 선거관리위원회 [강준만 칼럼]

본문사설.칼럼칼럼특권의식이 망가뜨린 선거관리위원회 [강준만 칼럼]수정 2026-06-15 05: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5년 2월27일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 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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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식이 망가뜨린 선거관리위원회 [강준만 칼럼]

본문사설.칼럼칼럼특권의식이 망가뜨린 선거관리위원회 [강준만 칼럼]수정 2026-06-15 05:0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5년 2월27일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 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만 높았을 뿐, 선관위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선 그 어떤 대책도 세워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바로 최근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연합뉴스 광고 강준만 | 전북대 명예교수 “나는 보통사람이 아니므로 예의나 도덕에 관한 규범들은 나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나폴레옹의 말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이렇듯 권력자들은 특권의식에 중독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어느 분야에서건 좀 성공했다는 사람치고 특권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광고 세상의 부러움을 사는 특별한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도 특권의식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나쁘다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해 “특권의식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은 없다.

그 개인이나 집단이 공적 영역에 속해 있다면 그들이 특권의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할 수 없게끔 다른 공적 조직이 감시하고 견제하게끔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이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이 나라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라는 곳을 성역에 모셔두면서 숭배하는 이상한 풍습을 갖고 있다. 2022년 3월 이 나라의 20대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를 부실하게 관리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선관위는 환골탈태를 다짐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광고광고 2023년 5월 잇따른 고위직 자녀 채용 논란 등으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동반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해 7월 선관위 직원 128명이 청탁금지법을 어기고 지역 선관위원에게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었다. 2023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중앙선관위와 전국 선관위가 최근 7년간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58명(15.1%)이 부정 채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2024년 7월28일 선관위는 여론에 밀려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감사원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2025년 2월27일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 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이 선관위원장 출신이었는데, 그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직원 3천명 거대 조직의 문제를 전혀 몰라서 그런 한가로운 결정을 내렸던 걸까?

광고 헌재 결정이 나온 시간, 감사원은 2023년부터 실시해온 지난 10년간의 선관위 채용 비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반 사항이 900건 가까이 나왔고,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감사 과정에서 “선관위는 가족회사”라거나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게 알려지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만 높았을 뿐, 선관위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선 그 어떤 대책도 세워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바로 최근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핵심적인 이유는 선관위의 특권의식 관성이지만, 선관위 못지않게 비판받아 마땅한 집단은 국회와 사법부다.

국회는 비굴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선거 사무를 관리하고 정치자금 회계를 감독하는 선관위는 의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검찰과 경찰보다 센 선거 범죄 조사권이 있고, 영장 없이도 계좌 추적과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그러니 국회의원도 선거 때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이 가뜩이나 복잡하고 구멍도 많아서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갈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앙일보, 2025년 3월14일)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 지방법원장이 시·도 선관위원장, 지원장이나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수십년째 이어져 오는 관행인데, 이게 바로 문제를 키운 주범이다. ‘겸직’의 한계 때문이다. 책임감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의지도 분산된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법관들의 침묵과 방관이 문제였다.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해 강력한 책임 행정을 실현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은 이제 자신을 사법부에 속하는 법관처럼 여기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선거가 있는 해에 휴직이 급증하는 ‘신의 직장’ 관행과도 결별하면서 이제 더 이상 “모범적인 민주국가 이 모든 걸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렸다”(이재명 대통령)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해야 한다. 그간 고이 간직해온 특권의식에 작별을 고하길 바라 마지않는다.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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