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마을, 펠트하임과 미들그룬덴 [김해동의 기후시민]
본문사설.칼럼칼럼기적의 마을, 펠트하임과 미들그룬덴 [김해동의 기후시민]수정 2026-06-14 18:39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독일 펠트하임 마을 바깥쪽에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고, 마을 안쪽에는 바이오가스·바이오매스 공장, 태양광 발전시설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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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100% 에너지 자립 마을로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통해 전력과 난방열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광고김해동 |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바람직한 재생에너지가 갖춰야 할 3대 요소로, ①지역 고유의 자원 활용, ②환경보전 기여, ③지역경제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누가 주도하든 그 지역에서 가장 유리한 방식을 채택할 것이므로 조건 ①은 자연스럽게 고려된다.
그런데 ②와 ③은, 영리 추구에 비중을 두는 외지 기업보다 주민들이 주도하면 훨씬 잘 지켜진다. 이런 점에서 재생에너지는 주민 주도가 바람직하다.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주도함으로써, 재생에너지가 갖춰야 할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모범적인 국내외 사례를 찾아보자.
이번 글에선 국외 사례를 소개한다.독일의 펠트하임은 주민 주도의 에너지전환에서 성지와 같은 곳이다. 펠트하임은 옛 동독 지역이고 주민 130여명의 가난한 농촌 마을이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마을 사람들이 경제적 자생력을 고민하던 중, 1995년에 청년 엔지니어 라슈만이 고향 마을 펠트하임의 거센 바람을 보고서, 풍력터빈을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외지의 자본을 끌어오는 대신에 주민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주민 참여형 모델’을 제안했다. 이를 들은 펠트하임의 이장 카페르트는 라슈만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펠트하임이 살길은 이것뿐이라며 보수적인 농민들을 한명 한명 끈질기게 설득해 갔다.광고마을 사람들이 풍력터빈을 세우기로 하자, 이번엔 거대 전력회사가 전력망 공유를 거부했다. 이때 펠트하임 주민들이, ‘우리가 직접 전력망을 깔 수 있을까?’
라고 망설일 때 쇠나우의 에너지 반란군 운동의 주역이었던 슬라데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슬라데크의 조언으로 펠트하임 주민들이 거대 전력회사에 맞설 용기를 갖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구당 3천유로를 부담하기로 하고, 독자 전력망 구축을 선언하였다.
풍력발전의 성공에 고무된 주민들은, 2008년에 가축분뇨와 옥수수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소도 세웠다. 오늘날 펠트하임은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전부를 자체 생산한 풍력, 태양광, 바이오가스로 충당하고, 남는 것은 이웃 마을에 공급하는 100% 에너지 자립마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독일 평균 전력 요금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사용하고, 에너지 관련 일자리 덕에 실업자가 없다.
2015년에 대규모 배터리 저장장치를 구축하여,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극복해 냈다. 이런 사실이 독일을 넘어 전세계에 알려져서 매년 ‘주민 주도의 에너지전환’을 배워 가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개의 해상풍력발전 터빈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미들그룬덴 풍력발전단지’.
미들그룬덴 풍력발전단지 협동조합 제공시민 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도 대규모로 추진될 수 있음을 덴마크의 미들그룬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6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환경단체와 열정적인 기후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코펜하겐 앞바다에 풍력발전 단지를 만들어 보자는 뜻을 모아 미들그룬덴 풍력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시에 덴마크의 정부와 코펜하겐의 시 당국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해상 풍력을 시민들이 주도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다.
주민들도 대형 풍력터빈이 미들그룬덴의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망칠 것이라며 반대했다. 풍력협동조합은 공청회를 열어서, ‘이 발전소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로 시민들을 설득했다. 8500명이 넘는 시민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설비자금을 냈다.
이윽고 2000년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20기의 대형 풍력발전소(총 40㎿)가 미들그룬덴 앞바다에 세워졌다. 10기는 협동조합이, 나머지 10기는 시영 전력회사가 소유하는 민관 합작 형태였다. 이 풍력단지는 코펜하겐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이 주인이라 경관을 해친다는 애초 불만은 우리가 지구를 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바뀌었다.광고광고한겨레신문 신청하기오늘도 진실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한겨레 저널리즘을 응원으로 지켜주세요한겨레 후원하기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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