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이 재등장한 그 순간 [유레카]
본문사설.칼럼사설‘존경하는’이 재등장한 그 순간 [유레카]길윤형기자수정 2026-06-21 16:10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 광고현대 한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양자 관계’를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누가 뭐래도 북-중 관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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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함께 싸웠던 이 순망치한의 ‘혈맹’ 관계는 1990년대 초 불거진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난제 앞에서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특히, 2018~2019년 북-미 대화가 실패한 뒤 북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돌아선 이후, 둘 사이엔 살벌한 긴장감마저 흐르게 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8~9일 방북을 계기로 양국은 ‘공고한 전략적 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들이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튼 ‘정확한 시점’은 언제였을까. 북-중 관계의 변화 양상은 양국 최고 지도자가 매년 주고받는 축전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10월1일 중국의 71번째 ‘건국절’을 맞아 시 주석 앞으로 보낸 축전은 “존경하는 총서기 동지”라는 상냥한 인사말로 시작한다.
이 어구는 2022년까지 그대로 유지되지만, 2023년 돌연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진다. 북은 2019년 2월 ‘하노이 실패’ 이후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푼 뒤 경제 개발을 추진해 간다’는 오랜 대미 접근법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도출된 새 결론은 ‘핵 기술을 더 고도화하면서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2022년 9월 선제 핵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 독트린’을 만들었고, 이듬해 9월엔 헌법까지 바꿔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한다는 조문을 추가했다.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 하자 ‘존경하는’이란 말을 제거한 것이다.광고 중국에 대한 냉담한 태도는 2024년 6월 러시아와 ‘혈맹 관계’를 회복한 뒤 더 노골화된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0월1일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엔 재차 ‘존경하는’이란 단어를 뺐지만, 엿새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 축하 축전엔 “가장 친근한 뿌찐 동지”라는 문구를 넣었다. 김 위원장의 축전에 ‘존경하는’이라는 단어가 재등장한 것은 2025년 10월16일 시 주석에게 보낸 답전에서였다. 김 위원장은 불과 일주일 전인 9일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방북한 중국의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났다.
북한이 핵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감지한 것은 바로 ‘이날’이 아니었을까. 중국은 이후 비핵화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는 중이다.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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